잊기 좋은 이름 김애란1 잊기 좋은 이름 ‘맛나당’은 내 어머니가 20년 넘게 손칼국수를 판 가게다. 우리 가족은 그 국숫집에서 8년을 넘게 살았다. 머문 기간에 비해 ‘맛나당’이 내게 큰 의미를 갖는 것은 그곳에서 내 정서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때론 교육이나 교양으로 대체 못 하는, 구매도 학습도 불가능한 유년의 정서가. 그 시절, 뭘 특별히 배운다거나 경험한단 의식 없이 그 장소가 내게 주는 것들을 나는 공기처럼 들이마셨다. 나는 우리 삶에 생존만 있는 게 아니라 사치와 허영과 아름다움이 깃드는 게 좋았다. 그렇게 반짝이는 것들을 밟고 건너야만 하는 시절도 있는 법이니까. 어머니는 밥장사를 하면서도 인간이 밥만 먹고 살 수 없다는 걸 알았고, 그래서 기꺼이 아무 의심 없이 딸들에게 책을 사줬다. 어머니는 가방끈이 짧았지만 상대에게 의무와 .. 2021. 4. 1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