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니 선영아 김연수1 사랑이라니, 선영아 - 김연수 그건 한 인간이 얼마나 쫀쫀해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니까. 날 때부터 인간이 쫀쫀하게 생겨먹었다는 것, 그것보다 더한 천재지변이 어디 있겠는가? 물론 인간에게는 예감이라는, 위험을 감지하기 위해 특별히 발달된 감정체계가 있다. 미혼녀에서 유부녀로 바뀌는 건, 뭐랄까 호두를 깨무는 일과 비슷하다. 애당초 허기진 배를 채우겠다고 깨문 게 아니다. 왜 먹지 안고 놔두느냐는 주위의 채근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렇게 먹을 게 없을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왜 우리는 사랑을 ‘맺거나’ 사랑을 ‘이루지’ 않고 사랑에 ‘빠지는’ 것일까? 그건 사랑이란 두 사람이 채워넣을 수 있는 가장 깊은 관계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집어넣어도 그 관계는 채워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두 사람이 함께 .. 2021. 3. 1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