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7.31 퇴사, 그리고 이후.
말 그대로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필요 이상으로 열심히 했고, 아쉬움은 없다.
(열심히 할수록 돌아오는 게 조롱뿐이면 그만하는 게 맞고, 나 필요 없다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어떻게든 자리를 잡아보려고 1순위로 두었던 업무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아무리 업무적 역량을 어필하고, 더 발전하려는 의사를 드러내도 돌아오는 건 무관심, 무응답뿐.
아무때나 인사치레나 권위만 앞세우는 곳에서 체계적인 업무처리나 미래를 기대하기 힘들었다.
그 이후부터는 나 역시 그저 관성처럼 영혼 없이 일하는 기계처럼 일만 했다.
다른 사람이 무슨 소리를 하든, 뒤에서 뭐라고 지어내고 다니든, 편을 갈라 자기 입김과 완력을 자랑하며 난리를 치든 말든.
여초집단에서 할 수 있는 꼴사나운 예시는 다 본 것 같다.
그럼에도 월급 안 밀리고 명함 나오는 직장이니 당장은 다니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지내다 보면 저 60~70명 중에 언젠가 결이 맞는 사람 하나쯤 들어와서 동료의식을 갖고 좋게 일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적도 있다. 그것도 어떻게든 잘 지내보고 싶었던 마음 탓이기도 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오래 다니고 일하고 싶었던 마음 탓이기도 하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
뭐랄까. 그동안 골골골 했던 내가 어쩌면 정신 차리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전까지는 그래도 서로 거리를 지키고, 적당한 거리에서 필요할 때 역할을 해주는 동료로 남으려고 노력했다면...
어떻게든 이용해서 일만 시키고, 좋은 평가가 기대되는 일감이나 역할은 다른 사람에게 돌리려는 그 속내를 알게 된 이후에는 다음날 어떤 표정으로 출근을 해야 하나 얼마나 심난했는지 그 마음고생은 어디 꺼내둘 곳도 없었다. 히히덕 거리던 표정들은 정말 가관이었다.
마지막까지도 직장인 괴롭힘 신고를 고민했지만, 사실 그 부분은 지금도 생각이 복잡하다. 인사와 사측에서 정당하게 업무 지시를 하면 되거나 설득을 통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뭔지도 모르는데.. 주먹구구식으로 우리 편 아니라고 불이익을 주는 것을 내가 소명할 수 있을까..
지금은 고작 며칠 지났을 뿐인데도, 설명할 수 없는 해방감으로 숨통이 트이고 후련하다. 얼마나 갈 진 모르겠지만. 그리고 직장인 매뉴얼 자아를 벗으니, 맞아. 이게 원래 내 성격이고 나였지 싶은 내 모습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동안 어떤 이유로든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억지로 나를 구겨 넣고 있었구나 싶기도 하고.
당장 한 두달은 미리 준비한 일정을 소화하며 움직여야 하고, 그 이후부터는 아마 적극적으로 구직에 뛰어들며 혹시 모를 보험으로 내년 시험도 같이 준비를 해야 한다. (안전 지향.)
- 뭐 때문에 그렇게 구워 못 삶아 난리였을까.
- 말은 해줄 수 없지만, 같이 안 하면 이 사람 저 사람 다 못 마땅한 그 일이 대체 뭐였을까.
- 선한 결정만 하려고 세상을 사는 건 아니지만, 알지도 못하는 일을 같이 해준다고 덥석 나설 만큼 멍청하지도 않다.
(그게 나중에 크게 해로 돌아오는 일이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 나는 대체 뭘 위해 그렇게 나를 태웠을까.
그럼에도 하나 확실한 게 있다면 내 앞엔 또 나의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헤쳐 나가야 하는 미래가.
자유만큼 그에 따른 책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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