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의 25번째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오늘은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관람 후기입니다.
개봉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시점,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대로 지나가면 아쉬울 것 같아서 보고 왔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엄청 기대했다거나 하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딱히 마블 팬은 아니라서 그저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그냥 보고 왔습니다. 어쩌면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 마블 역사상 첫 아시아인 히어로물이라서 기대하셨던 분들도 많이 계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영화라는 매체가 개인적인 취향으로 많이 갈릴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해두고 볼 때, 그럼에도 어째 평점은 그 기대를 크게 만족시키진 못한 모습으로 보입니다.
저 역시 왠만한 마블 영화는 다 재밌게 봤는데 이번 영화는 그럼에도 어째서인지 뭔가가 아쉬워요. 기대가 없으면 좋아야 하건만. 그래서 지금부터 제가 영화를 보고 나서 아쉬웠던 점과, 그럼에도 추천하는 점들을 하나씩 다루어볼까 합니다.
1. 제목이 꼭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어야 했나?
영화 제목은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인데, 왜 텐 링즈의 전설이 없는거죠?
차라리 제목이 ‘캡틴 아메리카’처럼 히어로물에 더욱 집중을 할 수 있도록 무게중심을 어느 한쪽에 두었다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도 개인적으로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그냥 ‘샹치’ 라던가 ‘텐 링즈의 전설’이라거나 말이죠.)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인데 텐 링즈를 양조위가 어떻게 얻게 되었는지 어째서 전설이 되었는지에 관련된 정보는 없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시면 아실 테지만 이건 거의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 아니라 ‘샹치 아버지와 텐 링즈의 전설’ ‘양조위와 텐 링즈의 전설’에 가깝습니다. 그 정도로 양조위가 주인공 샹치 못지않게 하드 캐리 합니다.
2. 아쉬운 캐릭터 설정.
이 영화에서 가장 설득력 있었던 캐릭터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저는 웬우 역, 양조위(샹치의 아버지)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아내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지키기 위해 텐 링즈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던 과거. 죽은 아내를 만날 수 있다는 그릇된 희망 때문에 다시 텐 링즈와 꺼내 들 때 무엇이든 할 것 같은 양조위의 눈빛. 그리고 숨이 다하는 시점에서 아들에게 텐 링즈를 건네는 모습까지 그가 왜 그렇게 했고 그 순간 그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유가 주인공 샹치보다도 더 선명하고 당위성을 가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훌륭한 액션은 말할 것도 없고요.
반면에 주인공 샹치는 그런 당위성이 좀 부족해요.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 아버지로부터 암살자 훈련을 받은 그가 훈련 과정이 너무 가혹했던 탓인지 어머니의 복수를 하고 나선 그 길로 잠수를 타버려요.(그때가 청소년기이니까 가출이라고 해야 하나.. 출가라고 해야 하나..) 아버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말이죠. 자신의 인생이 그렇게 소모되는 것을 원치 않고 평범한 삶을 원해 주차요원으로 사는 인생을 선택하죠. 수년만에 만난 아버지가 죽은 어머니를 보겠다고? 대나무 숲이 열리는 날 어머니의 고향으로 가겠다고 하고, 샹치 남매는 전쟁이라도 할 것 같은 아버지에 반기를 들자 아버지는 샹치 남매를 가둡니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케이티는 히어로도 아닌데 거기까지 따라간다고?) 샹치가 갇힌 그곳엔 이상한 할아버지 배우와 모리스(닭 돼지)가 있었는데 그들이 하는 말만 믿고 갑자기? 그곳을 탈출해 어머니의 고향으로 먼저 향하게 되고... 어머니의 부족과 양조위 무리의 전쟁이 벌어지는 서사도 좀 아쉬웠습니다. 샹치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부고와 아버지의 복수에 이용되는 아픈 기억으로 아버지를 떠났으면서, 다시 재회한 아버지에게 늘 우리 가족은 아버지가 필요했다고 했다가, 슈퍼 히어로의 임무 탓인가. 갑자기 분위기 부자(父子)의 난. 피의 대가는 피로 치러야 한다면서 수년만에 만난 아버지를 물리친다고? 물론 슈퍼히어로의 거시적인 관점에서 어머니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그럴 수도 있긴 하지만 그런 결정이 그렇게 순간순간 내려진다고? 내 공감능력에 문제가 있는 건가.. 슈퍼히어로를 가족으로 엮으니 뼛속 깊은 유교가 몰입을 방해함.;;;
3. 시간은 정해져 있고. 그 시간 안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고.
샹치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만난 이야기부터 시작해 샹치와 샹치 동생을 갖고 그 애들이 장성해서 어머니의 복수를 하기까지 두 시간 넘는 러닝타임 동안 너무 전달하고 싶은 정보가 많았던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영화를 보고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잘 생각 안 납니다.. 이 부분은 그냥 저의 개인적인 문제 일 수도 있으니 넘어갑니다. (또르륵...)
그럼에도 영화를 추천한다면? 연출력과 CG의 앙상블.
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래도 영화는 나름 재밌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2개의 쿠키로 미루어볼 때 후속작이 나온다면 그게 더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극의 서사는 좀 부족했어도 CG와 연출이 다한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마블 특유의 화려한 CG와 세계관으로 인해 영화를 보는 내내 지루함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마블 영화 역상 한 가족의 서사를 다뤘다는 점에서 ‘가족’,‘연대감’,‘유대감’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합니다.
먹고사는 일에 지친 일상과 돈돈돈 돈 얘기뿐인 현대사회 속에서 한 번쯤 생각해보게 하는 주제.
우리 자신이 누군지.
우리가 스스로를 알고 사는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지.
- 너의 어머니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단다. 너는 어떻지? (샹치 이모)
- 네 속엔 선조의 혼이 깃들어 있어. (샹치 이모)
- 자신을 알려면 먼저 자기 자신과 대면해야 한다. (샹치)
저는 이런저런 얘기 하긴 했지만, 그래도 오락영화라는 장르 하나만으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애매한 영화보다는 확실히 보는 내내 재미는 있어요. (이래서 자본력을 무시 못함)
그럼 여기까지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후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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