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때는 천 년을 살 수 있는 사람처럼 살았으면 해요.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보고 싶은 거 다 보고요. 하지만 그런 낮을 보낸 날에도 밤은 어김없이 찾아올 것이고, 그 밤에 대개 우리는 혼자겠죠. 그런 밤이면 아마 시간이 너무 많아서 버겁다는 생각이 들기도 할 거예요. 그럴 때 저는 저보다 먼저 살았던 살마들의 책을 읽었어요.
그러다가 마음이 동하면 잘 알지도 못하는 문장들에 줄을 그었죠. 그렇게 책에다 몇 번 밑줄을 긋다가 잠들고 나면, 또 새로운 날이 시작됐죠.
역시 어마어마하게 많이 남은 나날 중의 첫 번째 날. 누군가에게 <청춘의 문장들>은 그 새로운 날에 돌이켜보는, 지난밤의 밑줄 그은 문장 같은 것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p.197)
집착을 완전히 버릴 수 있으려면 그저 불행을 겪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아무런 위안이 없는 불행을 겪어야 한다. 위안이 있어서는 안 된다.
어떠한 위안이 나타나면 안 된다. 그럴 때 비로소 형용할 길 없는 위안이 위로부터 내려온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진 빚을 면해줄 것. 미래의 보상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과거를 받아들일 것. 시간을 순간에 정지시킬 것.
이것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기도 하다. (p.164)
이야기라는 건 이성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어떤 일들을 납득하기 위해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확신의 세계에서는 이야기가 잘 생겨나지 않는다.) (p.69)
다 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이 가장 모르는 순간이라는 것, 그래서 우리는 고독해질 수밖에 없다. (p.116)
돌이켜보면 열심히 산다는 건, 그 많은 나날들을 열심히 과거 속으로 보낸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p.144)
다 똑같은 과정을 거쳐요. 청춘은 반복돼요. 왜냐하면 누구에게나 한번뿐이고 지나고 나면 돌아갈 수 없으니까요.
사람이 나아지는 건 너무나 어렵다는 것. 예전에는 많이 배우면 나아지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에요. 시간이 흐른다는 이유만으로 인간이 진보하진 않아요. 시간이 지난다고 세상이 진보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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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기에 읽어도 내게 의미가 있다.
김연수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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