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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의 리뷰/도서

주절주절 옮겨적는 과거 필사노트 3.

by KATE613 2022.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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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때로는 상황이 변해서 다시는 예전처럼 되지 않아. 지금이 그런 것 같아. 삶은 움직이는거야. 그러니 우리도 그래야만 해.” <내 치즈는 어디에서 왔을까?>

 

산다는 건 이상한 종류의 마술 같다고 혜인은 생각했다. 긷하지 않았던 존재가 나타나 함께하다 한순간 사라져버린다. 검고 텅 빈 상자에서 흰 비둘기가 나왔다가도 마술사의 손길 한 번으로 사라지듯이, 보통의 마술에서는 마술사가 사라진 비둘기를 되살려내지만, 삶이라는 마술은 그런 역행의 놀라움을 보여주지 않는다. 한 방향으로만 진행되는 마술. 그건 무에서 유로, 유에서 무로는 가지만 다시 무에서 유로는 가지 않는 분명한 법칙을 따랐다. <손길, 최은영>

 

한심하게 사는구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심하게라도 살기까지 얼마나 힘을 내야 했는지, 마침내 배가 고프고 몸을 움직일 수 있고 밖으로 나갈 힘이 생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아치디에서, 최은영>

 

그때의 나는 화가 났을까 슬펐을까. 아마 외로웠던 것 같다. 모래의 말은 맞았다. 나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나의 자아를 부수고 다른 사람을 껴안을 자신도 용기도 없었다. 나에게 영혼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 영혼은 안전제일이라고 적힌 조끼를 입고 헬멧을 쓰고 있었을 것이다. 상처받으면서까지 누군가를 너의 삶으로 흡수한다는 것은 파멸. 조끼를 입고 헬멧을 쓴 영혼은 내게 그렇게 말했다. <모래로 지은 집, 최은영>

 

사람이란 신기하지. 서로를 쓰다듬을 수 있는 손과 키스할 수 있는 입술이 있는데도, 그 손으로 상대를 때리고 그 입술로 가슴을 무너뜨리는 말을 주고받아. 난 인간이라면 모든 걸 다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하는 어른이 되지 않을 거야. <모래로 지은 집, 최은영>

 

외로움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겼다. 사람에게 연연하기 시작하면 마음이 상하고 망가지고 삐둘어진다고 생각했으니까. 구질구질하고 삐뚤어진 인간이 되느니 차라리 초연하고 외로운 인간이 되는 편을 선택하고 싶었다. <모래로 지은 집, 최은영>

생각해보니 요즘 너무 책 안 읽는다...;;;;

 

매일매일이 새로운 날인걸. 운이 있다면 물론 더 좋겠지. 하지만 난 우선 정확하게 하겠어. 그래야 운이 찾아왔을 때 그걸 놓치지 않으니까.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은 바다를 건너다보고는 자기가 지금 얼마나 외롭게 혼자 있는지 새삼 깨달았다. 하지만 그는 어둡고 싶은 바닷속에 미친 무지갯빛 광선들과 앞으로 쭉 뻗은 낚시줄과 묘하게 일렁이는 잔잔한 바다를 볼 수 있었다. 무역품으로 인해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었고, 앞을 바라보니 한떼의 물오리가날아가는 모습도 보였다. 노인은 바다에서는 그 누구도 결코 외롭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살아 있을 때 좋은 것을 많이 먹고 좋은 곳을 많이 여행하는 게 남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찌질하게 살지 않는 삶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가끔 눈 질끈 감고 나에게 여유롭게 돈을 쓰는 건 사치가 아니다. 그녀가 그랬다. 가끔 그렇게 일탈하듯 돈을 쓰면 나 자신에게 사람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나를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을 내가 인식하게 만들어 주는 것만으로 이런 일탈은 의미가 있다.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 이애경>

 

가사와 육아로 힘들어하는 친구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결혼을 반납하고서라도 다시 찾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자유라고. 누구에게도 제한받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 이애경>

 

지금보다 생의 무게가 무거워서 영화 한 편, 밥 한끼조차 제대로 보지도 먹지도 못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라만 보아도 좋았던 사랑이었다. 마주칠까 봐 마주치지 못할까 봐 두려운, 어디든 있고 어디에도 없는 신적 존재가 이제는 사라졌다. 하지만 결국 내가 그리워하고 있는 건 그가 아닌 그 시절의 나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누구든 자기 자신만큼 치명적인 존재는 없다는 듯이 말이다. 왜 그 사랑이 끝났는지를 생각해보면 하나일 때보다 둘일 때 느끼는 쓸쓸함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달빛 책방, 조안나>

 

사람들은 언제나 기회가 있을거라 믿지만 노력해서 얻으려 하지 않는 한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른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기욤뮈소>

 

시간여행자와 모의해 운명을 거역하려고 시도했지만, 결국 운명은 그들을 비웃으며 더욱 끔찍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기욤뮈소>

 

우리에게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하기 때문이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기욤뮈소>

 

우리가 한 번도 시간을 갖고 음미해보지 못한 사소한 풍경들일 뿐이지만 이런 것들조차도 떠나는 사람에게는 새삼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듯하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기욤뮈소>

 

우리가 괜찮지 않다는 것, 우리가 그 모든 것을 갖고 있지는 않다는 것, 우리가 완전하지 않다는 것, 우리가 결백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 우리에게는 이 깨어짐의 순간이 필요하다. 죄의식의 순간, 회개의 순간, 자존심이 상하는 순간, 스스로에게 만족감을 줄 수 없는 순간이 우리의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우리는 우리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해야 한다. 우리가 자신을 사랑하면서도 우리 자신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일은 가능하다. 진실로 우리 자신을 사랑한다는 일은 우리 자신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일이 있음을 깨닫는 것을 포함한다. <상처 없는 영혼, 공지영>

 

우리의 불행은 이 실패들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데서 오는 것은 아닐까. <상처 없는 영혼, 공지영>

 

물론 나는 아직도 말이라는 것, 즉 어떻게 어떤 말을 골라 쓰느냐가 매우 귀중하다고 남들보다는 많이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상처 없는 영혼, 공지영>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에게 익숙해진다는 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로 지나간 삶을 이해하고 그것을 맞추어 이제 친구가 되려고 한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상처 없는 영혼, 공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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